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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제국의 설계자 루퍼트 머독 (Fox, 뉴스코퍼레이션, 보수 언론의 제왕)

wanbonga 2025. 6. 24. 08:19

루퍼트 머독
루퍼트 머독

서론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은 현대 언론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언론 재벌로 시작한 그는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과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 제국을 구축했으며, 보수 성향의 뉴스 네트워크인 폭스 뉴스(Fox News)를 중심으로 미국 정치와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언론의 자유와 권력 간의 경계선, 그리고 정보의 정치화에 대한 논쟁 속에서 루퍼트 머독은 미디어 비즈니스의 냉혹한 현실과 거대한 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신문 재벌의 아들에서 세계적인 미디어 거인으로

루퍼트 머독은 1931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태어나, 저명한 신문인 키스 머독 경(Sir Keith Murdoch)의 아들로 성장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후, 아버지의 사망으로 1950년대 초 자신이 물려받은 작은 지역 신문사를 기반으로 언론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초기 사업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지역의 신문 시장을 중심으로 확장됐으며,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점차 영향력을 키워 나갔다.

1969년 영국의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와 ‘더 선(The Sun)’을 인수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했고, 선정주의와 대중 지향적인 편집 스타일을 도입하여 대중 언론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시장에 진출한 그는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와 ‘보스턴 헤럴드(Boston Herald)’ 등을 손에 넣었으며, 1985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미국 내 방송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폭스 브로드캐스팅 컴퍼니(Fox Broadcasting Company)를 창설하며 할리우드와 방송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6년에는 CNN에 대항하기 위한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 채널을 출범시켰고, 이는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채널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머독의 언론 제국은 신문, 방송, 영화, 스포츠 중계권 등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아우르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폭스 뉴스와 정치적 영향력의 양면성

루퍼트 머독이 대중에게 가장 강하게 각인된 이유는 바로 폭스 뉴스(Fox News) 때문이다. 1996년 론칭된 이 채널은 미국의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미디어로 자리잡았으며, 공화당 중심의 정치 담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및 임기 동안 폭스 뉴스는 강력한 지지 세력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머독은 공공연히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미디어를 통해 발휘해 왔다. 언론의 객관성과 중립성보다는 소비자(시청자)의 이념에 맞춘 콘텐츠 제공 전략을 펼쳤으며, 이는 높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언론의 본질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여론 조작, 편파 보도, 허위 정보 확산 등의 문제는 폭스 뉴스를 둘러싼 지속적인 논란이기도 하다.

특히 2020년 미국 대선 이후에는 ‘선거 조작’ 음모론을 일부 지지하는 보도를 내보낸 것과 관련해 루퍼트 머독과 그의 미디어 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폭스 뉴스는 명예 훼손 소송에 휘말렸고, 막대한 합의금으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 뉴스는 여전히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 미디어로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머독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기업 분할과 미디어 생태계의 재편

2013년, 머독은 뉴스코퍼레이션을 두 개의 회사로 분할하였다. 하나는 신문·출판 중심의 ‘뉴스 코프(News Corp)’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였다. 이 전략은 콘텐츠 중심 기업 구조로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였으며, 각 부문에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후 디즈니가 21세기 폭스의 주요 자산(20세기 폭스 영화 스튜디오, FX,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을 인수하면서 머독은 다시 한 번 대규모 미디어 딜을 성사시키며 언론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번 인수는 미디어 산업의 통합과 스트리밍 중심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판단이기도 했다. 현재 머독 일가는 여전히 폭스 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 포스트 등 강력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글로벌 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루퍼트 머독은 고령을 이유로 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장남인 라클란 머독(Lachlan Murdoch)이 그룹의 경영을 이어받게 되었다. 하지만 언론의 미래와 정보의 민주성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루퍼트 머독의 이름과 함께 논의되고 있다.

결론: 권력과 언론의 교차점에 선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은 언론인의 정체성과 자본가의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언론 제국을 세운 인물이다. 신문에서 방송, 영화, 디지털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섭렵한 그는 정보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장본인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그의 행보는 ‘언론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불러일으켰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디자인한 사람이었으며, 긍정과 비판을 함께 받는 복합적 존재로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