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알리바바 하면 보통 마윈을 떠올리는데, 사실 2019년부터는 대니얼 장이라는 사람이 CEO였다. 처음에는 "마윈 후계자"라는 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이 사람도 꽤 대단한 커리어를 가진 인물이더라. 마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알리바바를 더 큰 회사로 만든 숨은 공로자랄까. 어떻게 CFO에서 시작해서 중국 최대 기업의 수장이 됐는지 궁금해서 파봤다.
상하이 토박이, 그리고 회계사의 길
대니얼 장은 1972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장용(张勇)인데, 서구식 이름으로 대니얼을 쓴다. 1970년대 상하이면 아직 중국이 개방되기 전이었으니까, 그냥 평범한 중국 집안에서 자랐을 거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중국에서는 안정적인 직업이었겠지. 어머니는 주부였고. 딱히 부유한 집안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상하이 중산층 정도?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했다고 한다. 중국 애들이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성격은 조용하고 신중한 편이었다고. 마윈처럼 말 잘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타입은 아니었던 것 같다.
1990년 상하이재경대학교에 입학해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회계학이라... 좀 재미없을 것 같은데 왜 선택했을까. 아마 당시에는 안정적인 전공이었나 보다. 실제로 졸업 후에도 회계 관련 일을 했으니까.
대학 시절에는 별로 특별한 일이 없었던 것 같다. 학생운동이나 창업 같은 것도 안 했고, 그냥 성실하게 공부만 한 학생이었나 보다. 성적은 좋았다고 하던데, 뭐 예상되는 얘기다.
1994년에 졸업하고 회계사 사무소에 들어갔다. 아서 앤더슨이라는 글로벌 회계 법인의 상하이 지사였는데, 당시로서는 꽤 좋은 직장이었을 거다. 외국계 회사니까 월급도 괜찮았을 테고.
아서 앤더슨에서 익힌 글로벌 스탠다드
아서 앤더슨에서 11년간 일했다. 회계사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파트너까지 올라갔으니까 꽤 능력 있는 직원이었나 보다. 1990년대 중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였는데, 외국 투자도 많이 들어오고 기업들도 빠르게 커졌거든.
장은 이런 기업들의 회계 감사나 컨설팅 일을 했다. 특히 IPO 준비하는 회사들을 많이 도왔다고. 이때 경험이 나중에 알리바바에서 큰 도움이 됐을 거다. 상장이나 재무 관리 같은 걸 처음부터 배운 거니까.
아서 앤더슨은 당시 세계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였는데, 글로벌 스탠다드를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서구식 경영 기법이나 재무 관리 방법 같은 걸 익혔을 거다. 중국 토종 기업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것들이었지.
성격상 꼼꼼하고 신중해서 회계 일에 잘 맞았던 것 같다. 숫자에 강하고, 리스크 관리도 잘했다고 한다. 이런 능력들이 나중에 알리바바 CFO 할 때 빛을 발했을 거다.
근데 2002년에 아서 앤더슨이 엔론 스캔들로 망했다. 갑자기 회사가 없어진 거지. 장도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했는데, 마침 그때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고.
PWC에서도 3년 정도 일했는데, 여기서도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나 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도왔다. 그러면서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제조업, 서비스업, IT까지 말이다.
2007년, 알리바바와의 운명적 만남
2007년에 인생의 전환점이 왔다. 알리바바에서 CFO 제의가 들어온 거다. 당시 알리바바는 이미 중국 최대 B2B 플랫폼이었지만, 아직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는 아니었다. 그래도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보였을 거다.
장이 알리바바를 선택한 이유가 재미있다. 단순히 월급이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 기업이 글로벌하게 성장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음, 좀 거창하긴 하지만 그럴듯한 이유다.
마윈과 첫 만남도 흥미롭다. 마윈이 장을 보고 "이 사람은 말은 별로 안 하지만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마윈 자신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편이니까, 조용한 타입을 좋아했나 보다.
처음에는 정말 CFO 역할만 했다. 재무 관리, 투자자 관계, 상장 준비 같은 일들이었다. 2007년은 알리바바 B2B 부문이 홍콩에 상장한 해이기도 했는데, 장이 그 과정을 주도했다.
근데 점차 역할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돈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사업 전략에도 참여하게 됐거든. 마윈이 장의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한 거 같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장의 진가가 드러났다. 다른 회사들이 어려워할 때 알리바바는 오히려 성장했는데, 장의 재무 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리스크를 잘 관리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거다.
타오바오와 티몰의 성공
2008년부터 장은 타오바오 운영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타오바오는 알리바바의 C2C 플랫폼인데, 당시 이베이 중국과 경쟁하고 있었다. 근데 결국 타오바오가 이기면서 중국 최대 쇼핑몰이 됐거든.
2011년에는 티몰을 런칭했다. B2C 플랫폼인데, 브랜드 업체들이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이게 나중에 알리바바의 핵심 사업이 됐다. 장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고 한다.
특히 광군제(11월 11일 쇼핑 축제)를 만든 게 장의 아이디어였다. 2009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 세계 최대 쇼핑 이벤트가 됐잖아. 하루 거래액이 수십조원을 넘는다니까, 정말 대단한 성과다.
이때부터 장이 알리바바 내에서 입지가 확실해졌다. 마윈도 "장은 나보다 운영을 잘한다"고 인정했다고. 실제로 복잡한 이커머스 시스템을 관리하는 능력은 장이 더 뛰어났던 것 같다.
CEO 승진, 그리고 마윈 시대의 종료
2013년 장이 알리바바 그룹 COO가 됐다. CFO에서 COO로 올라간 건데, 이례적인 승진이었다. 보통 CFO는 재무만 담당하는데, 운영까지 맡는다는 건 경영진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이지.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할 때도 장이 핵심 역할을 했다. 사상 최대 규모 IPO였는데, 첫날 주가가 38% 올랐다. 시가총액이 2314억 달러였으니까...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2015년에 드디어 CEO가 됐다. 마윈은 회장으로 물러나고, 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맡게 된 거다. 당시 나이가 43세였으니까 꽤 젊은 CEO였다.
처음에는 "마윈의 그림자"라는 평가도 있었다. 워낙 마윈이 카리스마가 강했고, 알리바바의 상징적인 인물이었거든. 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라 존재감이 약해 보였다.
하지만 점차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윈이 비전 제시나 외부 활동에 집중했다면, 장은 내부 운영과 실행에 더 신경 썼다. 서로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잘 맞아떨어졌다.
2019년 마윈이 완전히 은퇴하면서 장이 회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이제 정말 알리바바의 최고 책임자가 된 거다. 부담도 컸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의 리더십
2020년 코로나가 터졌을 때 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중국이 제일 먼저 봉쇄됐는데, 알리바바는 오히려 더 성장했거든. 온라인 쇼핑이 폭증하면서 매출이 급증한 거다.
특히 신선식품 배송이나 의료용품 배송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나올 수 없으니까 모든 걸 배달로 해결해야 했거든. 장이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거다.
클라우드 사업도 크게 성장했다. 기업들이 재택근무하면서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했는데,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그 수혜를 봤다. 장이 일찍부터 클라우드에 투자한 게 효과를 본 거다.
정부와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퇴임
2020년 말부터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도 예외가 아니어서 독점 문제로 벌금을 맞기도 했다. 무려 182억 위안(약 3조원) 벌금이었으니까 정말 큰 금액이었다.
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의 관계 관리를 해야 했다. 마윈처럼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지는 않고, 조용히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성격상 그런 접근이 더 맞았을 것 같다.
하지만 압박은 계속됐다.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IPO도 막혔고, 여러 사업에서 제재를 받았다. 장으로서는 정말 어려운 시기였을 거다.
결국 2023년 6월 장이 CEO에서 물러났다. 공식적으로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라고 했지만, 정부 압박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16년간 알리바바에서 일한 걸 마감한 거다.
후임자는 에디 우라는 사람인데, 장보다는 젊고 클라우드 쪽 전문가다. 장은 회장직도 사임하고 완전히 알리바바를 떠났다. 좀 아쉬운 결말이었다.
퇴임 후에는 새로운 투자회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1688닷컴이라는 B2B 플랫폼도 따로 운영하고 있고. 완전히 은퇴한 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조용한 혁신가의 유산
대니얼 장을 보면서 느끼는 건, 정말 마윈과는 다른 타입의 리더라는 거다. 마윈이 비전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라면, 장은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가였다.
특히 복잡한 이커머스 생태계를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타오바오, 티몰, 알리페이,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게 장의 공로다. 이런 건 화려한 연설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숫자에 강한 것도 장점이었다. 회계사 출신답게 재무나 리스크 관리를 잘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같은 위기 상황에서 그 능력이 빛났다.
광군제 같은 혁신적인 마케팅도 장의 아이디어였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쇼핑 축제가 됐는데,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 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조용히 일하는 타입이라 그런가.
개인적으로는 소탈한 편이라고 한다. 마윈처럼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지 않고,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억만장자가 됐지만 여전히 검소하게 산다니까, 좀 의외다.
취미는 독서와 등산이라고 하던데, 성격에 맞는 취미인 것 같다. 조용하고 차분한 활동들이잖아. 골프나 파티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한다고.
장이 알리바바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아마 "실행력"일 거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능력, 복잡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 이런 것들이 지금의 알리바바를 만든 토대가 됐다.
비록 정부 압박으로 일찍 물러났지만, 장의 공로는 분명하다. 마윈이 알리바바를 만들었다면, 장은 그걸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사람이다. 조용하지만 확실한 성과를 낸 진정한 경영자였던 것 같다.
앞으로 새로운 사업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미 50대가 넘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을 거다. 이번에는 정부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테니까, 더 혁신적인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