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몇 년 전에 미국 친구가 집 살 때 퀴큰 론스라는 사이트에서 대출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는 그냥 "아, 온라인으로 대출도 받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회사 창업자 댄 길버트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대출업계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도 모자라서, 자기 고향 디트로이트를 살리는 일까지 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 사람 이야기를 한번 파보고 싶었다.
평범한 중산층 집안에서 시작
댄 길버트는 1962년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그냥 평범한 중산층이었는데, 아버지는 바 운영하고 어머니는 교사로 일했다. 특별히 부자도 아니고 가난하지도 않은, 그냥 보통 가정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길버트는 뭔가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과 작은 사업을 벌이곤 했는데, 당시만 해도 그냥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이게 나중에 큰 사업으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 같다.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법학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사업가의 길을 걸었으니 인생이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부동산업에서 시작된 꿈
대학 졸업 후 길버트는 부동산 관련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일했는데, 여기서 모기지 대출이라는 걸 처음 접했다. 당시 미국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터라 대출 수요도 엄청났다.
1985년, 23세의 나이에 친구들과 함께 작은 모기지 회사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록 파이낸셜이었는데, 직원은 다섯 명이 전부였다. 사무실도 디트로이트의 허름한 건물 한 층을 빌린 거였고. 정말 소규모로 시작한 거다.
초기에는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대형 은행들과 경쟁해야 했는데, 자본도 없고 브랜드 인지도도 없으니까 고객 확보가 쉽지 않았다. 길버트는 직접 발로 뛰면서 부동산 중개업체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길버트가 다른 점은 고객 서비스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거다. 당시 은행들은 대출 승인까지 몇 주씩 걸렸는데, 록 파이낸셜은 며칠 만에 처리해줬다. 이런 차별화가 조금씩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인터넷 혁명과 퀴큰 론스의 탄생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을 때 길버트는 큰 기회를 봤다. "대출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보면 당연한 생각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혁신적이었다.
1998년 퀴큰 론스를 론칭했다. 웹사이트에서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한 거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까 편리했고,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초기 반응은 그냥 그랬다고 한다. 아직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큰 금액의 대출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거든. 하지만 길버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TV 광고도 하고, 고객 추천 프로그램도 만들고, 온갖 마케팅을 다 동원했다.
전환점은 2000년대 초반에 왔다.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온라인 대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기 시작한 거다. 게다가 퀴큰 론스의 서비스가 정말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급속히 늘어났다.
록 벤처스와 다각화 전략
2000년대 중반부터 길버트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록 벤처스라는 지주회사를 만들어서 여러 분야에 투자했다. 부동산, 금융, 기술, 미디어 등 정말 다양한 영역이었다.
특히 핀테크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이게 나중에 큰 성과로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핀테크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는데, 길버트는 금융과 기술의 융합이 미래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또한 부동산 관련 기술에도 투자했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부동산 데이터 분석 툴, 가상현실을 이용한 부동산 투어 서비스 등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런 다각화 전략이 효과를 본 건 2008년 금융위기 때였다. 모기지 시장이 폭락하면서 많은 대출 회사들이 망했는데, 록 벤처스는 다른 수익원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서 더 성장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인수
2005년, 길버트는 갑자기 NBA 팀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3억 7천 5백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왜 농구팀을 사냐"고 의아해했다. 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길버트에게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스포츠 팀은 브랜드 가치가 높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거다. 게다가 클리블랜드는 그의 고향과 가까운 곳이었으니 애정도 있었을 거다.
캐벌리어스는 그때까지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팀이었다. 스타 플레이어도 없고, 팬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길버트는 여기서 가능성을 봤다. 르브론 제임스라는 지역 출신 유망주가 있었거든.
길버트는 팀 운영에 정말 적극적으로 나섰다. 선수 영입에 큰 돈을 썼고, 경기장 시설도 개선했다. 팬 서비스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관중 수가 크게 늘었다.
르브론 제임스와의 악연
2010년, 클리블랜드 팬들에게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팀의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 거다. 그것도 전국 TV 생중계로 발표하면서. 길버트는 정말 화가 났을 것 같다.
실제로 길버트는 공개편지를 통해 르브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신자", "겁쟁이" 같은 표현까지 썼으니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다. 지금 보면 좀 과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당시 클리블랜드 팬들의 마음을 대변한 거였던 것 같다.
르브론이 떠난 후 캐벌리어스는 정말 암흑기를 보냈다. 성적도 바닥이었고, 관중도 줄어들었다. 길버트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선수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스타를 날려버렸다"는 식으로.
하지만 길버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드래프트를 통해 좋은 선수들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르브론이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2014년, 기적의 귀환
2014년 7월, 정말 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로 돌아온다고 발표한 거다. 이번에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감동적인 편지를 썼는데, "클리블랜드에 우승컵을 안겨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길버트도 과거의 악감정을 접고 르브론을 환영했다. 사실 사업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르브론이 있으면 팀 가치도 오르고, 관중도 늘어나고, 상품 판매도 증가하니까.
르브론이 돌아온 후 캐벌리어스는 완전히 달라졌다. 2015년 NBA 파이널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52년 만의 클리블랜드 프로스포츠 우승이었다.
그 우승 순간을 길버트가 얼마나 감격스러워했는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TV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클리블랜드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디트로이트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
길버트의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는 아마 디트로이트 도심 재개발일 거다. 2010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진행 중인데,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몰락으로 인해 완전히 쇠퇴한 도시였다. 도심에는 빈 건물들이 즐비했고, 범죄율도 높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버트는 달랐다. 오히려 기회라고 봤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이니까 싸게 매입할 수 있고,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계산한 거다. 무엇보다 자신의 고향이니까 애정이 있었을 거다.
록 벤처스를 통해 디트로이트 도심의 건물들을 하나씩 매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개 건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00개가 넘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도심 전체가 거의 길버트 소유라고 봐도 될 정도다.
도시 재생의 철학
길버트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과는 달랐다. 그냥 건물만 짓는 게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도시를 만들려고 했다.
첫째, 기술 기업들을 유치했다. 록 벤처스 계열사들을 디트로이트로 이전시키고, 다른 스타트업들도 저렴한 임대료로 유치했다. 디트로이트를 "실리콘 밸리 오브 더 미드웨스트"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둘째,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 기존 건물들을 리모델링해서 아파트로 만들고, 새로운 주거 단지도 조성했다. 젊은 전문직들이 살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든 거다.
셋째,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늘렸다. 레스토랑, 카페, 바, 극장 등을 유치해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밤에도 사람들이 나와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거다.
넷째, 교통 인프라를 개선했다. 큐모빌이라는 무료 셔틀 서비스를 만들어서 도심 내 이동을 편리하게 했다.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성과와 비판
길버트의 디트로이트 재개발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도심 인구가 늘어났고, 새로운 기업들이 들어왔다. 범죄율도 줄어들고,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
하지만 비판도 있다. 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다. 기존 주민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나고, 흑인 커뮤니티가 해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길버트는 백인이고 부자니까, 기존 주민들의 입장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과도한 독점이라는 문제도 있다. 도심의 대부분을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으니, 사실상 "길버트의 도시"가 되어버린 거다. 이게 건전한 도시 발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길버트는 이런 비판에 대해 "모든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 소수 기업들도 지원하고 있다.
록 벤처스의 현재
현재 록 벤처스는 정말 거대한 기업집단이 됐다. 퀴큰 론스는 미국 최대 온라인 대출 회사 중 하나고, 부동산 관련 사업도 여러 개 하고 있다. 직원 수만 2만 명이 넘는다.
최근에는 핀테크와 부동산 기술 분야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AI를 이용한 대출 심사,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 가상현실 부동산 투어 등 정말 첨단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ESG 경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건물 개발, 지역 사회 기여, 직원 복지 향상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길버트 개인 자산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순자산이 2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돈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개인적인 시련과 극복
2019년 길버트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거다. 한때는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가족들과 직원들이 얼마나 걱정했을지 상상이 된다.
다행히 빠른 치료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회복 과정이 쉽지 않았다. 말하기와 걷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일상생활도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길버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재활치료에 최선을 다했고, 가족들의 지원도 있었다. 점차 회복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 경험을 통해 길버트는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돈이나 성공보다는 가족과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래서 요즘은 일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길버트는 앞으로도 디트로이트 재개발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심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확장해서 진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기술 투자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AI, 자율주행, 핀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겠다고 한다. 디트로이트를 기술 허브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사회공헌 활동도 늘릴 계획이다. 교육, 의료, 환경 분야에서 의미 있는 기부를 하고,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마무리
댄 길버트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정말 끈기 있는 사람이라는 거다. 작은 대출 회사에서 시작해서 거대한 기업집단을 만들고, 망해가던 도시를 다시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있고, 과도한 독점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도 길버트 같은 기업가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단순히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말이다.
디트로이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정말 궁금하다. 길버트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다른 쇠퇴 도시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