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멕시코 하면 보통 텔레비사나 카를로스 슬림 정도만 떠올리는데, 리카르도 살리나스라는 사람도 꽤 대단한 인물이더라. TV 아즈테카라는 방송사랑 그루포 살리나스라는 대기업 그룹을 이끄는 사람인데, 처음 알았을 때는 "멕시코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근데 찾아보니까 정말 흥미로운 스토리가 많다. 특히 정부와 자주 부딪히면서도 사업을 키워온 게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가전제품 장사로 시작해서 멕시코 미디어 제국을 만들게 됐는지 궁금했다.
부유한 집안의 반항아, 그리고 미국 유학
리카르도 살리나스는 1955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우고 살리나스가 그루포 살리나스라는 가전제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꽤 성공한 사업가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던 거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독특했다고.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잘 안 들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업하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냥 따라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했다고.
1970년대 멕시코는 경제가 불안정했다. 석유 붐이 있기도 했지만 인플레이션도 심했고,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시기였다. 살리나스 집안은 그래도 안정적이었지만, 리카르도는 "멕시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털레인 대학교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했는데, 여기서 미국식 경영 기법을 배웠다. 1970년대 미국은 TV와 미디어 산업이 급성장하던 시기였거든. 살리나스도 이런 변화를 직접 경험했을 거다.
대학 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미국 방송 산업이었다고 한다. ABC, NBC, CBS 같은 네트워크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 "멕시코에도 이런 방송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다고.
1978년 대학을 졸업하고 멕시코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당연히 가업을 이어받기를 원했지만, 리카르도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가전제품만으로는 재미없다고 생각한 거다.
그루포 살리나스 물려받기, 그리고 개혁
1980년대 초반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다. 당시 그루포 살리나스는 가전제품 유통업체였는데, 주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할부 판매를 하는 회사였다. 냉장고, TV, 세탁기 같은 걸 분할 결제로 파는 거였다.
근데 살리나스가 받은 회사는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1980년대 멕시코 경제위기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고 있었거든. 사람들이 가전제품 살 여유가 없어진 거다.
살리나스는 과감한 개혁을 시작했다. 우선 할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다. 기존에는 단순히 월 할부였는데, 고객 맞춤형 할부 상품을 만든 거다. 소득 수준에 따라 할부 기간이나 금리를 달리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매장도 확장했다. 기존에는 멕시코시티 중심이었는데, 지방 소도시까지 진출했다. "서민들이 쉽게 올 수 있는 곳에 매장이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었다고.
1980년대 말에는 가구나 의류까지 상품을 확대했다. 그냥 가전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서민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파는 종합 할부 매장으로 바꾼 거다. 지금 보면 당연한 아이디어 같지만,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나 보다.
1990년대 들어서는 멕시코 경제가 회복되면서 그루포 살리나스도 급성장했다. 매출이 몇 배로 늘어났고, 직원 수도 크게 증가했다. 살리나스의 경영 능력이 입증된 시기였다.
금융업 진출의 시작
1990년대 중반부터 살리나스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 금융업이었다. 할부 판매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액 대출이나 신용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거든.
그래서 1997년에 방코 살리나스라는 은행을 설립했다. 주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이었는데, 기존 은행들이 상대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였다.
처음에는 "서민 은행이 뭐가 되겠어"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살리나스는 확신이 있었다. 멕시코 인구의 대부분이 서민층인데, 이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가 없다는 건 기회라고 본 거다.
TV 아즈테카, 미디어 제국의 시작
1993년, 살리나스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왔다. 멕시코 정부가 국영 방송사 이메비시온을 민영화한다고 발표한 거다. 살리나스는 바로 관심을 보였다. 대학 시절부터 꿈꿔왔던 방송사업에 뛰어들 기회였으니까.
하지만 경쟁이 치열했다. 기존 미디어 거물인 에밀리오 아스카라가도 입찰에 참여했고, 다른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텔레비사는 이미 멕시코 방송시장을 독점하고 있어서 경쟁사가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았다.
살리나스는 공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6억 4천만 달러를 제시했는데,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다른 입찰자들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부른 거다.
결국 살리나스가 낙찰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방송사를 사는 건 시작에 불과했고, 실제로 경쟁력 있는 방송사를 만드는 게 진짜 도전이었거든.
1993년 7월 TV 아즈테카가 정식 방송을 시작했다. 기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형편없었고, 시청률도 바닥이었다. 텔레비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방송사가 자리잡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살리나스는 과감한 전략을 택했다. 우선 기존 직원들을 대부분 바꿨다. 그리고 멕시코에서는 보기 드문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토크쇼, 리얼리티쇼, 스포츠 중계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콘텐츠 혁신과 시청률 전쟁
TV 아즈테카의 가장 큰 히트작은 "빅 브라더"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멕시코에서는 보수적인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즈테카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뉴스도 다르게 했다. 텔레비사가 정부 친화적인 뉴스를 했다면, 아즈테카는 비판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만들었다. 정치인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스포츠 중계권에도 큰 투자를 했다. 특히 축구 중계권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다. 멕시코 사람들이 축구를 정말 좋아하니까, 이걸 독점하면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 거다.
이런 전략이 효과를 봤다. 1990년대 말에는 시청률이 30% 이상까지 올라갔다. 여전히 텔레비사보다는 낮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거다.
정부와의 갈등, 그리고 국제 진출
2000년대 들어서 살리나스는 정부와 자주 부딪히기 시작했다. TV 아즈테카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만들었거든. 특히 부패 문제나 경제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이게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방송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고, 아즈테카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방송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위협도 했다고.
하지만 살리나스는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갔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좋게 보였던 것 같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국제 진출도 시작했다. 미국의 히스패닉 시장을 겨냥해서 아즈테카 아메리카라는 방송사를 만들었다. 미국에 사는 멕시코계 사람들을 위한 방송이었다.
하지만 미국 진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기존에 유니비시온이나 테레문도 같은 히스패닉 방송사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거든. 경쟁이 치열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투자했다. 2010년대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도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라틴아메리카에 진출하기 전에 미리 선점하려는 전략이었나 보다.
cryptocurrency와 새로운 도전
최근에는 암호화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0년쯤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개인 자산의 상당 부분을 암호화폐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사업가 중에서는 드문 일이다.
살리나스는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루포 살리나스에서도 비트코인 결제를 받기 시작했고, 직원들에게도 암호화폐 투자를 권장한다고.
현재의 그루포 살리나스 제국
지금 그루포 살리나스는 정말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TV 아즈테카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사업, 방코 살리나스의 금융업, 그리고 원래 시작이었던 가전제품 유통업까지.
특히 금융업이 크게 성장했다. 방코 살리나스는 지금 멕시코에서 손꼽히는 은행 중 하나가 됐다.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파이낸스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중산층까지 고객으로 확보했다.
총 매출이 연간 1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직원 수도 7만 명 정도 되고. 멕시코에서는 카를로스 슬림 다음가는 규모의 대기업 그룹이 된 거다.
살리나스 개인 자산도 엄청나다. 포브스 기준으로 130억 달러 정도 된다고 하는데,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사람이다.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까지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 정부와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언론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방송사업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도 사업적으로는 성공한 건 분명하다. 1980년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작은 가전제품 회사를 멕시코 최대 기업 그룹 중 하나로 키운 거니까.
라틴아메리카 전체로 확장
요즘에는 멕시코를 넘어서 라틴아메리카 전체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콜롬비아, 페루, 과테말라 등에서 금융업이나 유통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핀테크 쪽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모바일 결제나 온라인 대출 같은 서비스들인데,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아직 이런 서비스가 부족하거든. 좋은 기회라고 본 것 같다.
개인적 면모와 철학
살리나스는 억만장자가 됐지만 의외로 검소한 편이라고 한다. 화려한 파티나 사치품보다는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아들 세 명이 있는데, 모두 사업에 참여시키고 있다.
취미는 항공기 조종이다. 개인 제트기를 갖고 있고, 직접 조종해서 출장을 다닌다고 한다. 모터사이클도 좋아해서 할리데이비슨을 여러 대 가지고 있다더라.
정치적으로는 보수 성향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정부 개입을 싫어한다. 그래서 좌파 정부와는 자주 갈등을 빚는다. 현재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고.
자선활동도 하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멕시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만이 멕시코를 바꿀 수 있다"는 철학이라고.
최근에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루포 살리나스 사업장들을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건강 관리에도 신경 쓴다. 매일 운동하고, 식단도 관리한다고. 이미 70세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다. "80세까지는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니까,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 것 같다.
살리나스를 보면서 느끼는 건, 정말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거다. 가전제품 유통업에서 시작해서 방송, 금융, 암호화폐까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히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텔레비사 독점을 깨뜨린 것도 그렇고, 정부와 맞서는 것도 그렇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가는 타입인 것 같다.
물론 논란도 많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나 독점적 사업 행태에 대한 비판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멕시코 경제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가받는다.
앞으로도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할지 궁금하다. 이미 70세에 가깝지만 아직도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니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역동적인 기업가 중 한 명인 건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