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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 창업자 레이드 호프만, 인맥으로 실리콘밸리를 접수한 남자

wanbonga 2025. 6. 10. 07:24

레이드 호프만
레이드 호프만

서론

얼마 전에 링크드인으로 이력서 업데이트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 서비스 만든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찾아보니 레이드 호프만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 양반이 그냥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파헤쳐봤다.

평범한 출발, 범상치 않은 선택

1967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레이드 호프만은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고 한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심볼릭 시스템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전공을 선택했는데, 이게 컴퓨터 과학과 철학, 심리학을 결합한 분야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선택이 그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졸업 후 첫 직장은 애플이었다. 1990년대 초반 애플은 지금처럼 쿨한 회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호프만은 제품 관리 업무를 맡으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직장생활보다는 뭔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어했다.

첫 번째 도전, 소셜넷의 교훈

1997년, 호프만은 첫 번째 창업에 나섰다. 소셜넷이라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였는데, 지금 보면 정말 시대를 앞서간 아이디어였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만나고 데이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였으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이른 시도였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은 아직 느렸고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과 실제로 만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게다가 온라인 결제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수익 모델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결국 소셜넷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호프만에게는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좋은 아이디어도 때가 맞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패에서 배운 것들이 다음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이때 호프만이 깨달은 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이 깨달음이 나중에 그의 모든 사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페이팔에서 만난 실리콘밸리의 전설들

2000년, 호프만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페이팔에 합류한 것이다. 당시 페이팔은 온라인 결제 혁명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여기서 호프만은 COO로 일하게 됐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정말 쟁쟁했다.

피터 틸은 페이팔의 CEO였고, 일론 머스크는 X.com을 페이팔과 합병시킨 상태였다. 그 외에도 맥스 레브친, 루크 노섹, 데이비드 색스 등 훗날 실리콘밸리를 주름잡게 될 사람들이 모두 한 회사에 있었다. 이들은 나중에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게 되는데, 페이팔 출신들이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붙은 별명이다.

호프만은 페이팔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사용자 경험과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었다. 페이팔은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유용해지는 서비스였는데, 이런 네트워크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2002년 페이팔이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됐을 때, 호프만은 이미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페이팔에서 배운 네트워크 효과를 다른 영역에 적용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링크드인 탄생,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2003년 5월, 드디어 호프만의 야심작이 세상에 나왔다. 링크드인이었다. 아이디어는 의외로 단순했다. "직장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 어떨까? 온라인에서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면?"

하지만 주변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당시는 페이스북도 없던 시절이고, 마이스페이스 정도가 소셜 네트워크의 전부였다. 그런데 직장인들이 온라인에서 인맥을 쌓는다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초기 사용자 확보도 쉽지 않았다. 호프만은 자신의 개인 인맥을 총동원해서 서비스를 홍보했다. 페이팔 동료들, 스탠포드 동문들, 그리고 그동안 알게 된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연락을 돌렸다. "이런 서비스 만들었는데 한번 써보라"고.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사용자들이 서로를 연결하기 시작하면서 네트워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채용 담당자들과 구직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력서를 주고받는 대신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내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성장의 비밀, 사용자 중심 사고

링크드인의 성장 과정을 보면 호프만의 사용자 중심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화려한 기능보다는 사용자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단순히 연결만 가능했지만, 점차 채용 정보, 업계 뉴스, 전문가 콘텐츠 등을 추가해나갔다.

특히 인상적인 건 '추천' 기능이었다. 동료나 상사가 써준 추천글을 프로필에 올릴 수 있게 한 것인데, 이게 링크드인의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단순히 본인이 쓴 이력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증하는 시스템이었으니까.

호프만은 또한 국제 진출에도 신중했다. 각 나라마다 직업 문화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현지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조정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설정을 더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링크드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인맥 관리 도구를 넘어서 전문가들의 종합 플랫폼이 됐다. 구인구직은 물론이고, 업계 정보 공유, 전문 지식 학습, 비즈니스 네트워킹까지 모든 걸 한 곳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인수, 262억 달러의 결실

2016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전 세계가 놀랐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였다. 하지만 호프만에게는 예상된 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링크드인은 우리의 생산성 비전과 완벽하게 맞다"고 말했다. 오피스 365와 링크드인을 결합하면 전문가들의 업무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프만은 인수 후에도 링크드인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조건을 걸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리소스를 활용하되, 링크드인만의 문화와 비전은 지켜나가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인수 후에도 링크드인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용자 수는 더욱 늘어났다.

이 인수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호프만이 13년 동안 쌓아온 비전이 인정받은 것이기도 했다. 전 세계 직장인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꾼 플랫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은 셈이었다.

투자자 레이드 호프만의 혜안

링크드인 성공 이후 호프만은 그레이록 파트너스의 파트너로 활동하며 벤처 투자에 본격 나섰다.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정말 눈이 번쩍 뜨인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지라, 컨베라, 아바나다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들이 대부분 그의 투자를 받았다.

호프만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기업에 투자한다." 단순히 수익만 보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한다는 얘기다.

그는 투자할 때 창업자의 비전과 실행력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시장 규모나 경쟁 상황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투자한 기업들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강한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투자 과정에서도 그는 단순히 돈만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링크드인을 키우면서 배운 노하우, 실리콘밸리에서 쌓은 인맥, 그리고 실패와 성공의 경험들을 모두 투자한 기업들과 나눈다.

호프만이 말하는 네트워킹의 진수

호프만은 네트워킹에 대해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가 자주 하는 말이 "네트워킹은 명함 나눠주기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진정한 네트워킹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먼저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만나면 "내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이런 자세가 결국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낸 비결이다.

링크드인을 통해서도 이런 철학을 실현했다. 단순히 연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하고, 기회를 소개해주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링크드인은 다른 소셜 미디어와 달리 비즈니스 가치가 높은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호프만은 또한 네트워킹의 질을 중요하게 여긴다. 많은 사람을 아는 것보다는 서로 신뢰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링크드인에서도 무분별한 연결보다는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어가도록 유도했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

호프만의 또 다른 특징은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소셜넷의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들이 링크드인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본인도 인정한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를 배지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다. 실패해본 경험이 있어야 진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호프만은 이런 문화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에서 배우려고 노력한다.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다. 창업자가 이전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본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배우라"는 실리콘밸리의 격언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소셜넷에서 실패했을 때도 오래 좌절하지 않고 바로 다음 기회를 찾았다. 이런 회복력과 학습 능력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지금도 계속되는 영향력

현재 호프만은 57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레이록 파트너스에서의 투자 활동은 물론이고, 다양한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미래 사회에 대한 그의 견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보다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링크드인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듯이, 이제는 인간과 기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호프만은 또한 창업 생태계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가 쓴 책 '블리츠스케일링'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무적인 가이드로 유명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의 영향력은 비즈니스를 넘어 사회 전반에까지 미치고 있다. 교육, 헬스케어,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무리

레이드 호프만을 보면서 느낀 건, 결국 사람이 답이라는 거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사람들이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고,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호프만의 성공 비결은 바로 이런 '사람 중심' 사고에 있었다.

그가 만든 링크드인을 쓸 때마다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서비스 하나가 전 세계 수억 명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이 모든 게 한 사람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다는 걸 말이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네트워킹의 중요성,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 사용자 중심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관계의 가치를. 각자의 분야에서 호프만처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우리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