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작년에 회사에서 영업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세일즈포스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CRM 프로그램 만드는 회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회사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라. IT 업계를 완전히 바꿔버린 클라우드 혁명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라클에서 배운 15년
마크 베니오프는 196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 고등학교 때 이미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팔았다는 얘기도 있다. 뭔가 사업 감각이 있었던 모양이다.
남가주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1986년에 오라클에 입사했다. 당시 오라클은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가 아니었지만,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는 꽤 인정받는 회사였다. 베니오프는 여기서 15년 동안 일하면서 엄청난 성과를 냈다.
특히 영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20대 후반에 이미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CEO도 베니오프를 아꼈다고 한다. 사실 래리 엘리슨은 베니오프에게 멘토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둘이 가끔 만난다고 들었다.
오라클에서 일하면서 베니오프가 깨달은 건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한계였다. 당시에는 소프트웨어를 CD로 구워서 판매하고, 고객이 직접 설치해서 써야 했다. 업데이트도 복잡하고, 유지보수도 어려웠다.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고 한다.
하와이에서 얻은 영감
1999년, 베니오프에게 인생을 바꾼 순간이 찾아왔다. 하와이 휴가를 갔는데, 거기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거다.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면 어떨까?" 지금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20년 전에는 정말 혁신적인 생각이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고, 클라우드라는 개념도 없었다. 하지만 베니오프는 확신이 있었다. "앞으로 모든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될 거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오라클을 그만뒀다.
래리 엘리슨은 베니오프의 퇴사를 극구 말렸다고 한다. "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불확실한 창업을 하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베니오프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35세, 뭔가를 시도하기에는 늦지 않은 나이였다.
세일즈포스의 탄생과 초기 어려움
1999년 3월, 베니오프는 파커 해리스, 데이브 모엘렌호프, 프랭크 도밍게즈와 함께 세일즈포스를 창업했다. 사무실은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였고, 직원은 4명이 전부였다. 정말 소규모로 시작한 거다.
초기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영업 관리를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거였다. 고객 정보 관리, 영업 기회 추적, 매출 분석 등을 모두 웹브라우저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투자자들은 "인터넷으로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쓴다고? 보안은 어떻게 하냐? 인터넷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냐?"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실제로 초기 몇 년간은 고객 확보가 정말 어려웠다.
베니오프는 이때 정말 독특한 마케팅을 했다.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컨퍼런스에 가서 "소프트웨어의 종말"이라고 써진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지금 보면 좀 유치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꽤 화제가 됐다.
닷컴 버블과 생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수많은 인터넷 회사들이 망했다. 세일즈포스도 위기를 맞았다. 투자금이 떨어져가고, 직원들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베니오프도 정말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이때 오히려 기회가 됐다. 많은 기업들이 IT 예산을 줄이면서, 비싼 소프트웨어 대신 저렴한 대안을 찾기 시작한 거다. 세일즈포스의 월 구독료 방식이 딱 맞았다. 초기 투자 비용 없이 월 50달러만 내면 CRM을 쓸 수 있었으니까.
이 시기에 베니오프는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직접 고객들을 만나서 세일즈포스의 장점을 설명하고, 무료 체험을 제공했다. "한 달만 써보세요. 만족하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SaaS 모델의 성공
2004년 세일즈포스가 나스닥에 상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매출이 그렇게 크지도 않은 회사가 상장한다고? 하지만 베니오프는 확신이 있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의 가능성을 일찍 본 거다.
기존 소프트웨어는 한 번 팔면 끝이었다. 하지만 SaaS는 매월 구독료를 받으니까 지속적인 수익이 가능했다. 게다가 고객이 늘어날수록 수익도 계속 증가한다. 이런 모델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한 거 같다.
상장 후 세일즈포스는 정말 빠르게 성장했다. 2005년에는 연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0년에는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직원 수도 수백 명에서 수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베니오프가 잘한 건 계속해서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한 CRM에서 시작해서 마케팅 자동화, 고객 서비스, 전자상거래까지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지금은 거의 모든 비즈니스 영역을 커버하는 플랫폼이 됐다.
아인슈타인과 AI의 도입
2016년 베니오프는 또 한 번 큰 결단을 내렸다. 인공지능을 세일즈포스에 통합하기로 한 거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의 AI 플랫폼을 출시했는데, 이게 정말 혁신적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서 영업 기회를 예측하고,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고, 고객 서비스를 자동화한다. 쉽게 말해서 AI가 영업사원의 업무를 도와주는 거다.
처음에는 "AI가 사람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베니오프는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을 쓰는 영업팀들의 성과가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사회적 책임과 오하나 문화
베니오프가 다른 CEO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사회적 책임을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다. 세일즈포스는 창업 초기부터 1-1-1 모델을 도입했다. 지분의 1%, 제품의 1%, 직원 시간의 1%를 사회에 기부하는 거다.
또한 오하나(Ohana) 문화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건 하와이어로 '가족'이라는 뜻이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고객도 파트너도 모두 하나의 큰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철학이다. 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세일즈포스 직원들 만족도가 정말 높다.
성 평등 문제에도 적극적이다. 베니오프는 남녀 임금 격차를 없애기 위해 회사 전체 급여를 재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달러가 들었지만, "옳은 일이니까 해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세일즈포스는 2021년에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 상쇄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말이다.
트레일헤드와 교육 혁신
베니오프가 시작한 또 다른 혁신이 트레일헤드다. 이건 세일즈포스 제품을 배울 수 있는 무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데, 정말 잘 만들어져 있다. 게임처럼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서 사용자들이 푹 빠진다.
트레일헤드를 통해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세일즈포스 관련 기술을 배웠다. 이 중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취업하거나 이직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베니오프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좋은 복지"라고 말하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 트레일헤드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재취업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걸 보면 베니오프의 철학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M&A와 미래 전략
최근 몇 년간 베니오프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세일즈포스를 확장해왔다. 2021년에는 슬랙을 277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건 세일즈포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였다.
슬랙 인수는 정말 큰 변화였다. 기존의 CRM에서 협업 플랫폼까지 영역을 확장한 거니까. 베니오프는 "미래의 업무는 모두 연결된 환경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슬랙이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할 거라는 계산인 것 같다.
그 외에도 태블로(Tableau), 뮬소프트(MuleSoft) 등 여러 회사를 인수하면서 데이터 분석, 시스템 통합 등의 역량을 강화했다. 이제 세일즈포스는 단순한 CRM 회사가 아니라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 회사가 됐다.
베니오프의 리더십 스타일
베니오프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이 말하는 그의 특징은 "끊임없는 학습"과 "빠른 실행력"이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공부하고, 좋다고 판단되면 바로 도입한다.
또한 직원들과의 소통을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 정기적으로 전사 미팅을 열어서 회사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직원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한다. 트위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고객, 직원, 파트너들과 소통한다.
실패에 대한 관점도 독특하다. "실패는 혁신의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직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한다. 실제로 세일즈포스 내부에는 실패를 공유하고 배우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삶과 취미
베니오프는 일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와이를 정말 좋아해서 거기에 집도 있고, 틈날 때마다 휴가를 간다. 앞서 말했듯이 세일즈포스 아이디어도 하와이에서 나온 거니까,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인 것 같다.
명상도 즐긴다고 한다. 매일 아침 20분씩 명상을 하는데, 이게 창의성과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CEO들이 명상을 하는데, 베니오프도 그 중 하나다.
또한 예술 수집도 취미 중 하나다. 특히 하와이 전통 예술품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세일즈포스 본사에도 여러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앞으로의 계획
베니오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세일즈포스의 다음 목표는 모든 기업이 고객 중심의 회사가 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파는 게 아니라, 기업 문화까지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특히 AI와 자동화 기술을 통해 "지능형 고객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객이 기업과 접촉하는 모든 순간이 개인화되고 최적화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속가능성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203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다른 기업들도 이런 목표를 세우도록 독려하고 있다.
마무리
마크 베니오프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정말 시대를 앞서 본 사람이라는 거다. 20년 전에 클라우드의 가능성을 내다봤고, 지금은 AI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항상 한 발 앞서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건 기술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고민한다는 점이다. 돈만 벌면 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멋있다.
우리나라 IT 기업들도 베니오프처럼 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추구하는 리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단순히 매출 성장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진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기업들 말이다.
세일즈포스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정말 궁금하다. 베니오프가 또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