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얼마 전에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뉴스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인물이 있다. 무하마드 알리 알파얀이라는 사람인데, 처음에는 그냥 또 다른 중동 부자 정도로 생각했다. 근데 좀 더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사람이더라. 사우디 왕실 출신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케이스였다. 요즘 사우디가 비전 2030이라고 해서 탈석유 정책을 추진하고 있잖아? 그런 변화의 중심에 이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더 궁금해졌다.
왕실 가문에서 태어나다
알파얀은 1965년 리야드에서 태어났다. 알파얀 가문은 사우디 왕실과 꽤 가까운 관계였는데, 할아버지 때부터 정부 고위직을 지낸 명문가였다고 한다. 아버지 역시 정부에서 일했다.
금수저로 태어난 건 맞다. 하지만 부모가 교육에는 엄청 엄격했나 보다. 특히 아버지가 "석유가 언제까지 나올 것 같냐"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하는데,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석유 의존의 위험성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다양한 걸 배워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왕실 배경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력을 갖추라는 거였다. 사실 그 시대 사우디 왕실 사람들 치고는 좀 독특한 교육 방침이었던 것 같다.
미국 유학, 그리고 월스트리트
1983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당시로서는 좀 특이한 선택이었다. 보통 사우디 왕실 관련 사람들은 영국으로 가거나 아예 국내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근데 알파얀은 미국을 택했다.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배우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1980년대 미국은 레이건 시대였고, 자유시장 경제가 한창 활성화되던 때였으니까.
하버드에서 4년 보내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했나 보다. 다양한 나라 학생들과 어울리고, 월스트리트에서 인턴도 했고. 특히 월스트리트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거기서 금융업의 실제 작동 방식을 배웠다고 한다.
1987년 졸업 후에는 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에서 2년간 일했는데, 부모는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냐"고 계속 재촉했다고 한다. 그래도 본인은 "아직 배울 게 많다"며 버텼다고 한다.
귀국 후 첫 사업
1989년에 드디어 사우디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첫 번째가 부동산이었다. 리야드 외곽에 주거 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이게 당시로서는 좀 파격적이었다. 기존 사우디 주택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스타일이었는데, 알파얀은 서구식으로 지으려고 했거든. 개방적인 구조에 현대적인 설비, 녹지 공간까지 포함한 종합 단지를 만든 거다.
당연히 반발이 있었다. "우리 문화에 안 맞는다", "서구 문물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비판들이 쏟아졌다. 특히 보수적인 종교 지도자들은 아예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알파얨은 중간 지점을 찾았다. 전체적으로는 현대적이지만 프라이버시나 종교적 공간은 이슬람 문화에 맞게 설계한 거다. 이 절충안이 먹혔나 보다. 결국 대성공이었고, 사우디 부동산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킹덤 홀딩의 시작
1990년대 중반쯤 되니까 부동산만으로는 뭔가 아쉬웠나 보다. 더 큰 걸 해보고 싶어했고, 마침 사우디 정부에서도 금융 시장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래서 1995년에 킹덤 홀딩 컴퍼니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작은 투자회사였지만, 알파얀의 전략은 명확했다.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해외로 나가자는 거였다.
특히 IT 기업들에 일찍 눈을 돌린 게 신의 한 수였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붐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기술주에 투자하기 시작했거든. 당시 사우디에서는 "기술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같은 회사들에 초기 투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안목이었다. 특히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돌아오기 전, 그러니까 회사가 거의 망해가던 시절에 투자했거든. 그게 나중에 몇백 배 수익이 됐다고 한다.
메카의 호텔왕이 되다
2000년대 들어서는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사실 이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우디는 매년 수백만 명이 성지순례를 오는데,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 알파얀이 한 건 단순히 호텔만 짓는 게 아니었다. 순례 패키지를 만든 거다. 숙박, 교통, 식사, 가이드까지 다 포함해서 판매했다. 지금 보면 당연한 아이디어 같지만,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가 아브라즈 알 바이트 타워스였다. 메카 대성전 바로 옆에 초고층 호텔을 짓는 건데, 이게 엄청난 논란이었다. 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알파얀은 종교 지도자들을 하나하나 설득해 다녔다고 한다. "순례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종교적 의무 아니냐"면서. 쉽지 않았겠지만 결국 해냈다. 2012년에 완공됐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중 하나가 됐다.
글로벌 투자자로 거듭나다
2010년대부터는 정말 글로벌하게 투자했다. 킹덤 홀딩을 통해 세계 각국 기업들에 손을 뻗기 시작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가장 유명한 게 우버 투자다. 35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당시에는 "택시 앱에 그렇게 큰 돈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근데 지금 보면 정말 좋은 투자였다.
호텔 쪽에도 계속 투자했다. 포시즌스, 페어몬트 같은 고급 호텔 체인들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샀다. "중동 부자들이 세계 어디서든 편하게 머물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나 보다.
미디어 쪽도 놓치지 않았다. 트위터 지분도 확보하고,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도 투자했다. 아마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것 같다.
비전 2030과 함께 가다
2016년에 사우디 정부가 비전 2030을 발표했을 때, 알파얀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산업을 키운다는 정부 방침이 그의 사업 철학과 딱 맞아떨어진 거다.
특히 관광업 쪽에서 알파얀이 이미 쌓아놓은 기반이 큰 도움이 됐다. 그가 운영하는 호텔들이 사우디 관광업의 토대가 됐고, 해외 투자 경험도 정부 정책에 참고가 됐다고 한다.
요즘에는 네옴 시티 같은 미래 도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더라. 홍해 연안에 첨단 기술로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는 건데, 알파얀의 부동산 개발 경험이 여기서도 활용되고 있다.
그의 투자 철학
알파얀의 투자 스타일을 보면 "장기 관점"이 핵심인 것 같다. 단기 수익보다는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결정을 내린다. 이런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애플 같은 회사에 일찍 투자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다.
기술 변화에도 민감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관련 기업들을 꼼꼼히 들여다본다고 한다. 요즘에는 AI, 블록체인, 자율주행 이런 쪽에도 계속 투자하고 있다더라.
문화적인 면도 신경 쓴다. 각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는 유지하려고 한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사업하면서도 국제적인 수준을 놓치지 않는 게 그런 예다.
리스크 관리도 철저하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다 담지 않는다고 할까. 여러 산업, 여러 지역에 분산해서 투자한다. 아무리 확신이 서도 올인은 하지 않는 스타일인 것 같다.
사람됨과 라이프스타일
억만장자가 됐지만 의외로 소탈한 면이 있다고 한다. 화려한 생활보다는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데, 자녀가 세 명 있고 모두 해외에서 교육받고 있다.
자선활동도 적극적으로 한다. 알파얀 재단을 통해서 교육, 의료, 빈곤 퇴치 같은 일들을 지원하고 있다. "부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독서광이라고 한다. 한 달에 책을 10권 이상 읽는다는데, 주로 역사나 철학 관련 책들을 좋아한다고.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철학인가 보다.
운동도 꾸준히 한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시간씩 운동한다고 하는데, "몸이 건강해야 머리도 맑아진다"면서 체력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관심사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쪽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회사들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데, "석유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거 같다.
특히 수소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더라. 사우디는 태양광이 풍부해서 수소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이 좋거든. 미래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우주 산업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한다.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 기업들에 투자하고, 사우디 자체 우주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더라. "우주는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바이오테크 쪽에도 돈을 쏟고 있다. 개인 맞춤 의료나 유전자 치료 같은 분야인데, "사람들이 더 오래 살면 모든 게 바뀔 거다"라는 관점이다.
비판의 목소리들
물론 좋은 얘기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비판은 "왕실 배경의 특혜"다. 일반 사업가들은 누릴 수 없는 혜택을 받고 있다는 거다. 뭐, 이건 어느 정도 사실일 수도 있겠다.
사우디 정부의 인권 문제와 연결해서 보는 시각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사우디 인권 정책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알파얀도 그 시스템의 일부라는 비판이다.
투자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킹덤 홀딩의 투자 기준이나 과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혹시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환경 문제에서도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서도 석유 관련 사업은 계속 하고 있으니까, 좀 모순적이라는 거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영향력
그래도 알파얀의 글로벌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과 서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그가 투자한 기업들은 중동 진출이 훨씬 쉬워진다고 한다. 문화적 이해나 현지 네트워크 면에서 큰 도움을 받는 거다. 우버가 중동에서 성공한 것도 알파얀의 조언이 컸다고 하더라.
사우디 이미지 개선에도 한몫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알파얀 같은 글로벌 투자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 경제 포럼이나 투자 컨퍼런스에서도 자주 연설한다. 중동 경제 전망이나 투자 트렌드에 대한 그의 의견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한다.
내가 보는 알파얀
이렇게 알파얀에 대해 알아보면서 든 생각은, 정말 시대를 잘 읽은 사람이라는 거다. 사우디라는 전통적인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해왔다.
특히 일찍부터 글로벌한 관점을 가진 게 큰 성공 요인인 것 같다.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고, 이게 나중에 투자할 때 큰 도움이 됐을 거다.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탁월하다. 기술 변화나 사회 트렌드를 남들보다 빨리 포착하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용기가 있다. 닷컴 붐 전에 IT 기업에 투자한 게 그런 예이다.
물론 왕실 배경이라는 유리한 조건이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배경만으로는 이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거다. 결국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앞으로 사우디가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알파얀이 그 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울 것 같다. 이제 60세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으니까,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