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대만 출신 이민자에서 글로벌 반도체 리더까지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에 서는 그의 모습은 이제 전 세계 기술업계의 상징이 되었다. 젠슨 황은 1963년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삼촌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그의 삶은 전형적인 이민자 가정의 아이였다. 처음엔 언어 장벽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은 어려서부터 남다른 끈기를 보였다. 켄터키 주의 기숙학교에서 생활하며 적응해나갔고, 나중에 가족들과 다시 합쳤다. 오리건 주립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는데, 이때부터 컴퓨터와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대학 시절 그는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특별히 천재적인 면모를 보인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공대생이었다고 한다. 졸업 후 스탠포드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이때가 1980년대 중반이었는데, PC 혁명이 한창 일어나고 있던 시기였다. 황은 AMD와 LSI Logic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반도체 업계의 기초를 다졌다. 특히 LSI Logic에서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담당했는데, 이 경험이 훗날 GPU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기술자로 머물고 싶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30세가 되기 전에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리고 1993년, 정말로 그 꿈을 실현했다.
게임 그래픽에서 AI 혁명까지, 엔비디아의 대변신
1993년 4월, 30세의 젠슨 황은 크리스 말라코프스키, 커티스 프림과 함께 엔비디아를 창립했다. 회사 이름은 라틴어로 '시기심'을 뜻하는 'invidia'에서 따온 것이다. 처음엔 게임용 그래픽 칩을 만드는 작은 회사였다. 당시만 해도 3D 그래픽은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기술이었고, 일반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황은 확신했다. "언젠가는 모든 컴퓨터에 그래픽 칩이 들어갈 것이다." 초기에는 정말 힘들었다. 첫 번째 제품인 NV1은 완전한 실패작이었다. 세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만든 칩이었는데,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회사가 망할 뻔했다. 직원들 월급도 못 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황은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다시 도전했다. 1999년 출시한 GeForce 256이 전환점이었다. 세계 최초로 'GPU'라는 용어를 사용한 제품이었고, 3D 게임의 혁명을 일으켰다. 퀘이크나 둠 같은 게임들이 엔비디아 GPU로 더욱 생생해졌다. 게이머들은 열광했고,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 시장의 리더가 되었다. 하지만 황의 진짜 혜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6년 CUDA를 발표한 것이다. 이건 GPU를 그래픽 처리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연산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었다. 당시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게임 칩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 하지만 황은 미래를 보고 있었다. 10년 후 AI 시대가 올 것을 내다본 것이다.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가 된 젠슨 황의 전략적 통찰력
2010년대 들어 딥러닝이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엔비디아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CUDA 덕분에 연구자들이 GPU로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었거든. 2012년 알렉스넷이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압승을 거둘 때도 엔비디아 GPU가 사용되었다. 황은 이때부터 AI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게임 시장도 중요하지만, AI가 더 큰 미래라고 판단한 것이다. 2016년 출시한 DGX-1은 AI 연구용 슈퍼컴퓨터였다. 가격이 13만 달러나 했지만, 연구소들이 줄을 서서 샀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모두 엔비디아 GPU로 AI를 개발했다. ChatGPT를 훈련시킨 것도 엔비디아 GPU였다. 황의 예측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2023년 ChatGPT 열풍이 불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고, 황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율주행, 메타버스, 로보틱스까지 GPU가 필요한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황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컴퓨팅의 미래는 가속화에 있다." 전통적인 CPU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GPU 같은 전용 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철학이 엔비디아를 오늘날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61세인 지금도 그는 여전히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진정한 혁신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