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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시오 워트하임, 멕시코 전통 기업을 글로벌 거대 기업으로 키운 경영자

wanbonga 2025. 6. 13. 23:00

파트리시오 워트하임
파트리시오 워트하임

서론

얼마 전에 멕시코 여행을 갔다가 소렐라나라는 마트에서 장을 봤다. 정말 크고 깔끔해서 "멕시코에도 이런 마트가 있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라틴아메리카 최대 소매업체 페뮥사 계열이더라. 그래서 이 회사에 대해 찾아봤는데, CEO가 파트리시오 워트하임이라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멕시코에서는 정말 유명한 기업가라고 한다. 가족 기업을 이어받아서 라틴아메리카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 기업으로 키워낸 케이스인데, 그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레바논계 이민자 가정의 3세

파트리시오 워트하임은 1952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레바논에서 멕시코로 이민 온 집안이었는데, 20세기 초 많은 중동 출신들이 라틴아메리카로 이주했다고 한다. 경제적 기회를 찾아서 말이다.

워트하임 가족은 처음에는 작은 가게를 운영했다. 할아버지 세대부터 시작해서 아버지 때 조금씩 사업을 키워갔는데, 그래도 그때까지는 그냥 동네 상점 수준이었던 것 같다. 특별히 부자도 아니었고.

파트리시오는 어릴 때부터 가게 일을 도왔다고 한다. 방학 때면 아버지를 따라 가게에 나가서 물건을 정리하고, 손님 응대하는 걸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그의 소매업 감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거다.

대학은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성적도 좋았고, 특히 회계와 마케팅 과목을 잘했다고 들었다. 졸업 후에는 당연히 가족 사업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가족 사업 승계와 초기 도전

1970년대 중반, 파트리시오는 본격적으로 가족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회사는 작은 슈퍼마켓 체인 정도였는데, 멕시코시티 주변에 몇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멕시코 경제가 불안정했고, 인플레이션도 심했다. 게다가 월마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멕시코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작은 가족 기업으로서는 정말 위기였다.

파트리시오는 이때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단순히 경쟁하려고 하지 말고, 차별화된 전략을 찾자는 거였다. 멕시코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결론은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이었다. 멕시코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동시에 쇼핑의 편의성도 중시한다는 걸 발견한 거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매 형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소렐라나 브랜드의 탄생

1980년대, 파트리시오는 "소렐라나"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다. 기존의 작은 슈퍼마켓과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였다. 큰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하이퍼마켓 형태였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만 키운 게 아니었다. 멕시코 문화에 맞는 독특한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 코너를 정말 크게 만들었는데, 멕시코 사람들이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중시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족 단위 쇼핑을 배려한 매장 설계도 특징이었다. 넓은 통로, 충분한 주차 공간, 어린이를 위한 시설 등을 갖췄다. 당시 멕시코에서는 이런 형태의 매장이 거의 없었다.

첫 번째 소렐라나 매장이 오픈했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이 정말 몰려들었는데, 파트리시오도 이 정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빠르게 추가 매장 개설을 추진했다.

전국 확산과 성장 전략

1990년대 들어서 소렐라나는 본격적인 전국 확산에 나섰다. 하지만 파트리시오는 무작정 확장하지 않았다. 각 지역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매장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북부 지역에서는 미국과 가까운 특성을 살려 수입 상품 비중을 늘렸다. 남부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멕시코 식품을 더 많이 갖췄다. 이런 세심한 접근이 성공 요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물류 시스템 구축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멕시코는 국토가 넓고 지형이 복잡해서 물류가 쉽지 않다. 파트리시오는 전국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효율적인 배송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또한 직원 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고객 서비스가 곧 경쟁력"이라는 철학으로, 모든 직원들에게 친절 교육을 시켰다. 이게 소렐라나의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큰 도움이 됐다.

디지털 전환과 혁신

2000년대 들어서 파트리시오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등장이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주력이니까 온라인은 보조적으로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세 생각을 바꿨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급격히 변하는 걸 보고, 디지털 전환이 필수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온라인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소렐라나닷컴을 런칭하고,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한다. 배송이 늦어지거나, 주문한 상품과 다른 게 오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시스템을 개선해나갔다.

모바일 앱도 일찍 개발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많이 쓰니까, 앱이 중요할 것"이라고 판단한 거다. 실제로 앱을 통한 주문이 빠르게 늘어났다.

코로나19와 새로운 기회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소매업계 전체가 큰 변화를 겪었다.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소렐라나는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이미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놨기 때문에, 배송 주문이 급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다른 경쟁사들이 허둥지둥할 때 소렐라나는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안전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매장 내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기적인 소독 등을 철저히 했다. 고객들이 안심하고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거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소렐라나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파트리시오의 위기 관리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라틴아메리카 진출

2010년대부터 파트리시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멕시코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 전체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 거다.

첫 번째 해외 진출지는 과테말라였다. 멕시코와 문화적으로 비슷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서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현지 규제도 다르고, 소비자 취향도 미묘하게 달랐다.

그래서 과테말라에서는 현지 파트너와 합작으로 진출했다. 소렐라나의 운영 노하우와 현지 업체의 시장 지식을 결합한 거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다른 나라 진출의 모델이 됐다.

이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으로 차례로 진출했다. 각 나라마다 다른 접근 방식을 썼는데, 어떤 곳은 직접 진출하고, 어떤 곳은 인수합병을 통해 들어갔다.

현재 소렉사(Soriana)는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파트리시오의 꿈이 현실이 된 셈이다.

지속가능경영과 사회공헌

최근 파트리시오는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서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환경 문제와 지역 사회 기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매장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재생 에너지 사용도 늘리고 있다. 또한 지역 농산물 구매를 확대해서 현지 농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도 투자하고 있다. 소렐라나 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직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회가 발전해야 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철학이다.

코로나19 때는 의료진을 위한 기부도 했고, 취약 계층을 위한 식료품 배급도 도왔다. 이런 활동들이 소렐라나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경영 철학과 리더십 스타일

파트리시오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이 말하는 그의 특징은 "세심함"과 "소통"이다. 큰 그림도 중요하지만,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매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직접 고객들과 이야기하고, 직원들의 의견도 듣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디어가 이런 현장 방문에서 나왔다고 한다.

직원들과의 관계도 수평적이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멕시코 문화에서는 드문 일인데, 파트리시오는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장기적 관점도 중요하게 여긴다. 단기 수익에 급급하지 않고,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 결정을 한다. 물류센터나 IT 시스템 구축이 대표적인 예다.

도전과 위기 관리

물론 파트리시오의 경영 인생이 항상 순탄했던 건 아니다. 여러 차례 큰 위기를 겪었는데, 그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보여줬다.

1994년 멕시코 페소 위기 때는 정말 어려웠다고 한다. 물가가 급등하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때 파트리시오는 오히려 확장에 나섰다. "위기일 때 투자해야 회복기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때 소렐라나는 새로운 매장을 계속 열었다. 결과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아마존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멕시코 진출도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파트리시오는 "우리의 장점은 현지 시장을 잘 안다는 것"이라며, 차별화 전략에 집중했다.

가족과 개인적인 삶

파트리시오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과의 시간은 꼭 확보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특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원칙으로 한다.

부인과는 대학 시절에 만나서 결혼했는데, 지금까지도 금슬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자녀들도 모두 성공적으로 키웠는데, 일부는 가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취미는 독서와 골프라고 한다. 특히 경영 관련 책을 많이 읽는데, "평생 학습이 중요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골프는 스트레스 해소와 네트워킹을 위해 한다고.

종교적으로는 가톨릭 신자인데, 이것도 그의 경영 철학에 영향을 미쳤다. 정직하고 성실한 경영,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운영 같은 가치들이 종교적 배경과 연결되어 있다.

후계 계획과 미래 비전

파트리시오는 현재 70대 초반인데, 후계 계획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자녀들 중 일부가 이미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전문 경영인들도 핵심 보직에 배치하고 있다.

"가족 기업의 장점은 유지하되, 전문성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게 그의 방침이다. 감정적인 판단보다는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경영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아직 성장 잠재력이 크다"면서, 지속적인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같은 대형 시장에 관심이 많다.

기술 혁신에도 계속 투자할 예정이다. AI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 자율주행 배송, 무인 매장 등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한다.

마무리

파트리시오 워트하임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정말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거다. 화려한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간 케이스다.

특히 인상적인 건 현지화에 대한 집착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소렐라나는 철저히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게 성공의 핵심 요인인 것 같다.

또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도 대단하다. 여러 번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오히려 더 성장한 건 정말 배울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해외 진출할 때 파트리시오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무작정 한국식을 고집하기보다는, 현지 문화와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앞으로 소렐라나가 라틴아메리카를 넘어서 진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파트리시오의 꿈이 어디까지 실현될지 지켜보고 싶다.